깔끔하고 밝고 시원한 이미지의 스트라이프 패턴은 이 시기 즈음이 가장 잘 어울린다. 바삭바삭한 감촉의 줄무늬 셔츠를 입으면 더운 날씨에도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여름이 오면 에디터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줄무늬 옷을 입고, 패브릭 소품을 통해 집안을 시원한 분위기로 연출하곤 한다. 아이엑스디자인에서 세 번째로 살펴볼 패턴은 이 계절에 우리가 특히 더 사랑하는, '스트라이프 패턴'이다.
스트라이프 패턴은 서로 다른 배색의 가로, 세로, 대각선 방향의 직선이 평행하게 배치된 무늬를 의미한다. 주로 의복을 포함한 직물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특징으로 인해 공간의 벽면, 바닥을 장식하며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되거나 횡단보도, 교통 표지판처럼 사회적 약속으로도 쓰인다.
물론 스트라이프 패턴은 인간만이 사용하는 무늬는 아니다. 얼룩말은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트라이프 패턴의 대표적인 예시다. 얼룩말의 검은색, 흰색 줄무늬는 포식자들, 혹은 파리 떼에 착시를 일으켜 쫓아내거나 무더위로부터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패션과 디자인 업계에서, 그리고 우리의 옷장과 실내 공간에서 사랑받고 있는 줄무늬는 한때 금기시되는 패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범죄자, 매춘부, 광대나 불구들에게 줄무늬 옷을 입혔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사람으로 취급되었고, 눈에 띄는 옷차림을 통해 어디서나, 누구나 구분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중세 유럽인들은 줄무늬 옷을 입은 사람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십자군 전쟁 이후 줄무늬에 대한 중세 유럽인들의 혐오는 더욱 짙어졌다. 그들의 종교적 숙적이었던 이슬람교도들이 사막에서 서로를 쉽게 알아보기 위해 스트라이프 패턴의 망토를 즐겨 입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줄무늬는 '악마의 저주를 받은 무늬', '불경한 자들의 표식'으로 인식되기까지 했고, 결국 13세기 중반, 교황청에서는 '불경한 자들이나 입는 줄무늬 늬복'의 착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수도사들과 평민들은 줄무늬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당했다.
그러나 줄무늬가 역사 속에서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다. 서구문화권에서 줄무늬는 자유와 혁명의 상징이기도 했다. 1775년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나면서, 버지니아에서 조지아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카 대륙 동부의 13개주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창하며 하나로 단결했다. 당시 독립군은 깃발에 13개의 붉은 색과 흰색 줄무늬를 새겨 넣어 자유를 위해 뭉친 각 주를 상징했다. 현재 미국의 성조기에도 13개의 가로줄 무늬는 그대로 남아있다.
미국의 독립혁명과 함께 현대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 평가되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도 줄무늬는 시민들의 자유를 상징하며 파리의 하늘에 나부꼈다. 혁명파는 자유, 평등, 우애를 의미하는 파랑, 하양, 빨강 줄무늬의 '삼색기'를 상징으로 사용했고, 뒤이어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1830년 '7월 혁명'에서도 성난 민중들은 삼색기를 들고 군대에 맞섰다. 화가 Eugéne Delacroix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La Liberté guidant le peuple)'은 7월 혁명을 기념으로 그려졌던 유화 작품으로, 그림 중심의 자유의 여신이 들고 있는 삼색기는 현재도 프랑스의 국기로 사용되고 있다.
서로 다른 컬러가 반복적으로 대조되며 경쾌한 리듬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트라이프 패턴은 푸른 파도와 시원한 바닷 바람을 떠올리게 한다. 줄무늬가 오늘날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바다 사나이들의 공이 크다. 과거부터 해군이나 선원들은 가로줄 무늬늬 유니폼을 입고 바다로 나갔고, 그들이 사용하는 깃발, 돛에도 스트라이프 패턴을 주로 활용했다.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바닷일을 하는 선원들의 의상에서 영감을 얻어 1917년, 바다를 테마로 하는 스트라이프 컬렉션을 발표했다. 사람들은 이 경쾌하고 시원하면서도 자연스레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패턴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마린 룩'은 여름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서로 다른 컬러가 반복적으로 대조되며 경쾌한 리듬감을 불러일으키는 패턴,
스트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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